이 선원의 선승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오직 혼자이지요
홀로 존귀한 최고의 선승들입니다
108개의 선방에는 선승이 꼭 한 명씩만 들어갈 수 있어요
여느 선방과 달리 방 안에서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잠을 자든 공부를 하든 밥을 먹든 자위행위를 하든
혼자서 하는 일은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가끔 심한 소음이 있어도 자기 일이 아니면 가급적
상관하지 않습니다 정 참지 못하면
총무스님에게 호소하면 됩니다
중국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그리고 한국
식탁에는 온통 외국인뿐입니다
이곳은 외국인을 위한 선원인 것이지요
금지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양간에 함께 모인 선승들은 말이 없습니다
말은커녕 입도 벌리지 않고
그들은 밥을 몸속으로 밀어넣습니다
다년간 수행한 덕분이지요
오래 수행한 선승일수록 공양할 때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뱃속으로 고요의 강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이르면
가끔 화장실에 갑니다 화장실은 늘 만원입니다
괜찮습니다 참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수행법이니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불이 나도 괜찮아요
13호실에 비상용 사다리가 있지만
서로 간섭하지 않는 미덕이 습관이 되어
나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일에는 끼어들지 않습니다
괜찮아요 불이 나도 어차피 열반에 들면
누구에게도 방해되지 않을 테니까요
출처: <박형준 외>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창비, 2010> <133쪽>
한 줄 감상평: 고시원에서 해탈 아닌 해탈을 위해 수행하는 선승들이 존경스럽습니다.
국어 내신/수능 1등급의 그날까지 '최강국어'가 함께 하겠습니다!